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이 변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인건비가 오르고 있지만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분야에서 예전과 같은 강점을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소비 패턴도 고급화하고 있어 중국 내수시장에도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주최로 지난 2일부터 5일간 열린 코스닥 상장 중국 기업 현지 기업설명회(IR)를 통해 본 중국은 자고 나면 달라지는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2010년 한국 증시에 상장된 운동화·스포츠의류 생산기업인 ‘이스트아시아홀딩스’는 2013년부터 주력 생산공장을 현재의 푸젠성 진장시에서 내륙으로 약 500㎞ 떨어진 융안시로 옮기기로 했다.

차로 대여섯 시간이 더 걸리는 외딴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이유는 날로 높아지는 연안지역의 인건비 때문이다. 이스트아시아가 만드는 신발 한 켤레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2% 정도다. 융안시에 새 공장을 마련하려면 650억원가량을 새로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융안시의 인건비가 지금 공장이 있는 진장시의 절반 수준이어서 장기적으로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같은 업종의 기업인 ‘차이나그레이트’도 2~3년 안에 푸젠성 취안저우시의 생산라인을 중서부 지역으로 옮길 계획이다. 우쿤량(吳坤良) 차이나그레이트 사장은 “그동안 중국 서부의 노동력이 동부 연안지역에 유입되며 제조업이 발전해왔는데 이제 그 1세대는 나이가 들어 대부분 귀향하고 뒤를 받쳐줘야 할 2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고향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며 “고용난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14%를 웃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5년간 최저임금을 연평균 13%가량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외주화하거나 임금이 서너 배 더 싼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인근 동남아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중국 동부 연안 공업지대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셈이다.

소비자가 고가 외제 브랜드를 선호하면서 중국 내수시장에서 현지 브랜드의 판매실적이 악화하는 것도 최근의 추세다.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현지 브랜드 운동화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덤으로 주는 프로모션이 흔하다.

여기에 중저가 시장 경쟁도 날로 심해져 이스트아시아와 차이나그레이트는 최근 1~2년간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두 기업은 앞으로 고가의 캐주얼 의류와 신발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면 동충하초를 원료로 한 건강보조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인 ‘차이나킹’은 2010년 상장 이후 매년 20% 안팎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인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진 덕이다. 자체 재배단지에서 생산하는 기능성 차(茶) 사업도 매출 비중이 계속 느는 추세다. 린진성(林金生) 차이나킹 대표는 “한국 기업과 협력해 화장품을 개발, 중국 시장 판매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